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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경위와 본격적으로 투신하고 생업으로 삼기로 결정한 이야기

문제 해석의 사회학

학부시절 치열하게 공부하던 전공인 사회학과 디자인이라는 두 학문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을 학습하도록 이어졌습니다. 당시 두 전공을 공부하는 것은 매일 세상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첫 번째 전공인 사회학이라는 학문은 사회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혹 그 사회현상이 사회문제라면 그에 대한 문제 해결방안을 고민해보는 게 학문의 주요한 본질이었습니다. 이 덕분에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여러 분야의 사회현상들의 '문제 발견과 해석'을 위한 다양한 시각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특히 교육사회학이라는 교육과 관련한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아, 교육학에 관련된 부분들을 주요하게 학습하고 고민해보곤 했습니다.

문제 해결의 디자인

사회학은 '현상의 발견과 해석'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볼 수 있었다면, 디자인이라는 학문은 '문제 해결적' 측면의 학문이었습니다.디자인을 배우면서 깨달은 핵심적인 디자인의 본질은 '문제 해결'이라는 것이었습니다.실제 공부를 하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기존의 제품들 혹은 상황들에서 문제점들을 어떻게 윤택하게 해결하고 가치 있는 제품들을 디자인해나갈 수 있는 가가 중요했습니다.그래서 교수님들도 과제의 결과물보다는 문제를 해석하고 해결하는 과정의 포트폴리오를 중요시 여겼고, 이때 문제 해결 과정을 기록하고 토론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얼핏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사회학과 디자인이라는 학문은 매우 다른 학문처럼 보였지만, 제게는 문제의 발견,문제의 해결 과정을 고민해보고 결과물을 만들어내 보는 흥미로운 연결과정이었습니다.이때 이러한 과정의 연장선상으로 디자인 전공의 지인과 함께 DOD BOOK 이라는 미술교재 책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DOD BOOK의 DOD는 Drawing Our Dreams의 약자로 '우리의 꿈을 그리다'라는 뜻을 지녔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미술도구를 하나씩 쥐고서 자신들의 꿈을 그려보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미술교재로 만들어보며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당시에 책의 콘텐츠를 구성하기 위해 국내 대형서점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초중고 미술 교과서와 교재들을 살펴보며 정리하였습니다. 책의 구성은 나의 과거 - 현재 - 미래를 그려보는 형태입니다.그래서 아이들은 먼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며 자신이 좋아했던 것, 좋아하는 것, 기억나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관심사를 시각적 언어인 그림으로 표현해보게 됩니다.그리고 이 과정을 거친 후에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림을 그리는데 그 미래에 대한 생각은 이미 과거 파트와 현재 파트에서 자신이 고민하고 생각했던 내용들의 연장선상에서 확장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이러한 미션들을 Adobe Indesign을 이용해 인쇄용으로 작업하였습니다.
책의 완성 후 다음 스텝은 이 콘텐츠를 '공유'하고 ‘실전교육’을 통해 보완 및 발전시키며 지속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부딪친 가장 큰 벽은 바로 '공유'였습니다. 책, 미술도구와 같은 물질적 재화를 생산, 유통하고 또 그것을 가르쳐줄 사람을 구하는 데는, 고려할 사항이 많아 생각보다 실제로 진행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공유성에 대한 난관으로 인해 프로젝트는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것에서 만족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공유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네이버에서 설립한 NHN NEXT라는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이 학교에 교육설명회를 하러 왔습니다.하지만 그 시간에 팀 프로젝트 약속이 잡혀있어서 직접 갈 수가 없어서, 친구에게 녹음을 부탁했습니다.이후 녹음 파일을 듣고선, 가슴이 뛰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흐름에서 항해할 수 있는 배의 키를 잡은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의 특징인 '공유'의 힘은 한동안 막혔던 저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저는 곧바로 NHN NEXT라는 교육기관에 대한 것과, IT 회사들에 대해서 정보를 찾아보고 지원했습니다.그리고 그동안의 저의 고민과 활동들을 인정받아 비전공자에 프로그래밍 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NHN NEXT 1기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을 학습해 나가는 것은 그동안 공부해온 그 어떠한 것들보다도 힘겹고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2년 동안 과연 이것을 해나갈 수 있을지, 주변의 잘하는 친구들과의 비교 속에서 과연 나는 어떤 강점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였습니다.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전에도 계속 관심을 가지던 교육 분야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저도 너무나도 힘들게 공부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의 학습과정에도 용기와 동기부여를 같이 나누고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하고 싶었습니다.그래서 이후 진행한 3가지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을 업으로 살게끔 연결되었습니다.

Connecting The Dots

첫 번째는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 활동입니다.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SeduLab)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NEXT 출신의 동료들이 있어 같이 합류하여,Unplugged Activity라는 컴퓨터 없이 프로그래밍적 사고를 배우는 활동을 교육하는 일들에 참여했습니다.이 교육 경력 덕분에 계림북스 출판사와 계약하여 공동저자로 '초능력보다 코딩'이라는 Unplugged Activity 책을 집필하였고,저자로써 서울, 경기도권의 여러 도서관과 학교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 교육에 대한 흥미와 적성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어려운 프로그래밍 개념을 어떻게 소개하고 표현하고 익힐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은 일이라기보다는 저에겐 모험심과 창작욕구를 자극하는 일들이었습니다.두 번째는 메이커 활동입니다. Unplugged Activity를 교육하면서,재밌는 프로그래밍에 대해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Maker 활동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Maker 활동이란 디지털 제작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들고 공유하는 운동을 이야기합니다.디자인 전공을 배우면서 무언가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하여 취미로 메이커 활동을 하였고, 정부지원이 있는 과천과학관의 메이커 스페이스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며, 머릿속에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러다 지인분의 추천으로 분당에 있는 [Tedi] 라는 학원에서 주말에 메이커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상상을 실제 구현물로 디자인하고, 그것이 살아 숨쉬기 위해서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건 저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흥미로운 작업이었고,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하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은 큰 보람이었습니다. 덕분에 2017년에 중국 심천에서 열리는 메이커페어에 참가하여 우수작에게 부여되는 배지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제가 같이 교육했던 학생들도 같이 참가하여, 중국 심천 메이커페어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학생들과 저의 사진이 같이 게재되었습니다.
이러한 흥미진진한 메이커 경험을 확장하고자 성인을 대상으로도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활동은 소프트웨어 교육 플랫폼인 NEXTSTEP의 프런트엔드 개발입니다.NHN NEXT는 졸업하기 위해서 실제로 운영될 서비스를 만드는 '실전 프로젝트'라는 수업을 팀 프로젝트로 이수해야만 했습니다. 제가 속한 팀은 당시 수업의 담당 교수님이었고 현재 우아한테크코스의 박재성 이사님의 요청으로 프로그래밍 교육 플랫폼인 NEXT STEP을 개발하였습니다. 당시에 처음부터 프런트엔드 부분을 담당하여 개발하였고, 교육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서비스 자체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졸업 프로젝트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토이 프로젝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온전히 교육 플랫폼의 성장과 미래를 꿈꿔보면서 박재성 이사님과 대화하는 날들은 구름을 잡는 것 같으면서도 언젠가 확실히 그려질 것만 같은 설렘이 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활동들이 이어져 지금 우아한테크코스 운영진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을 하면서 뒤돌아 보니 자연스럽게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Connecting the Dots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Drawing Our Dreams

그리고 2019년 우아한테크코스 1기를 진행하면서 생각과 다르게 어려운 점도 있었고,스스로 부족한 점도 많이 느꼈지만 그것은 제게 낙담보다는 성장해서 이겨내고 싶은 용기를 갖게 해주었습니다. 왜냐하면 매일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팀원들과의 협업으로 제가 결코 혼자서 그릴 수 없는 점들을 연결해 나가며 하나의 큰 별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팀원들과 함께 그 별자리를 감싸는 더 큰 그림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현재 우아한테크코스의 로고는 교육자와 리뷰어를 상징하는 위성이 가운데 행성을 감싸며 돌고 있는 형태입니다. 저와 팀원들, 그리고 리뷰어와 함께 학생들을 별처럼 반짝이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하며, 학생들과 저희가 그려나가는 은하수가 반짝이는 모습을 꿈꾸며 우아한테크코스의 시작과 함께 디자인한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그려나가기 위해 오늘도 저는 프로그래머로써의 삶을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