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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영해를 넘어

아덴만 해역으로 나아가기 이전 우리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분주히 보내고 있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처럼 시간을 느끼는 모두의 설렘과 걱정스런 마음을 아는지 바다의 푸른 안색도 계속 일렁이며 밝아졌다 어두워지며 숨소리를 내쉬었다.
그리고 2014년 5월 14일
부산을 떠나면서 흰색의 옷을 입은 우리는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항구를 떠나면서도 파도의 포말은 우리의 얼굴을 때렸고, 그것이 눈물처럼 느껴졌으나 바다의 짠내가 후각을 자극하고서야마침내 그 포말이 바닷물인걸 알 수 있었다. 앞으로 189일간의 여정을 상상해보면서 항구를 보고있는 동안 바다와 대기 그리고 우리의 모험은 드디어 실감이 나며 내 가슴을 압박했다.
앞으로 과연 어떤 모험이 우리를 마주하게 될까?
바다에서 사방이 수평선인 곳에서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 노을은 하늘을 넘어 바다위에까지 길을 그리며 마치 우리를 인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노을이 나의시선을 완전히 붙잡았을 때 그 순간 나는 기시감이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 나의 정신속에서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였다.
그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나의 영웅이고, 나의 20대의 정신성을 구축했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삶을 풍부하게 해준 것은 여행과 꿈이었다. 내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이 누구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꼽을 것이다.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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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여행이라고 부르는 것은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그 자신의 육체,꿈이라고 부르는 것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그 자신의 영혼인 듯하다.구체적인 체험으로서의 여행이 추상적인 꿈을 심화시키고 그 꿈이 여행의 무대를 확장시키듯이,그의 삶이라는 것도 육체와 영혼의 상호작용을 통한 심화와 확장 과정으로 이루어진다.여행과 꿈이 상호작용을 통하여 늘 그의 삶을 풍부하게 하듯이, 영혼과 육체는 변증법적 상호작용을 통해 그의 존재를 드높이는 것이다.

20대

즐거움이 넘쳐 흘러 어떻게 주체해야할지 모르는 지금 이시기에 파병의 첫색깔은 저녁노을의 붉음이었기에 그것이 나의 시선을 붙잡았으리라. 이 파병의 경험이 나의 꿈을 더욱 심화시키고, 더 심화된 꿈은 어떻게 내가 바다를 넘나들며 경험하는 무대를 넓혀줄 것인지그런 흥분되는 기대감에 흔들리는 배안에서도 미소를 지으며 잠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