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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커피 같은 존 웨인라이트(John Wainwright)와의 만남

내가 즐거운걸로 잘하자
지난주 정말 우연한 기회로 존 웨인라이트(John Wainwright)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존 웨인라이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실리콘밸리에서 네번의 창업과 Exit, 펀치머신으로 시작해서 Object C 개발과 애플에 인수, MaxScript 개발 후 Autodesk에 인수, 아마존의 첫 고객이며 시애틀 아마존에는 그의 이름을 딴 '웨인라이트 빌딩'이 있다고 한다.
이런 IT의 살아있는 노장 전설과 삼겹살?을 먹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엄청난 행운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와의 만남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너무 멋있다'이다.
이 문장이 그와 대화하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순수함과 열정이 나를 계속해서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하는일의 즐거움을 마치 쑥쓰러워하는 소년처럼 이야기했는데, 그 반짝이는 눈빛이 마치 물속에서 일렁이는 불꽃처럼 깊음이 있었다.
나는 이런 화려한 이력을 가진 분이 왜 한국의 스타트업에 와서 일을 하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동기는 단순했다. 그의 자녀의 애인이 한국인이어서 자연스럽게 한국과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실리콘밸리에서 친해진 한국분과 Language Exchange를 하면서 친해지다가 공동 창업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함께 운영하는 mirinae라는 회사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을 도와주는 앱을 개발하는 회사이다. 한국어는 다양한 동사 변화나 예외적인 문법 원칙이 많아서 외국인들이 생각보다 배우기 어려워한다고 한다. 특히 K-POP이나 한국 드라마로 인해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워보고 싶어하는데 번역본이 없는 경우 매우 어려워한다. 예를 들어 '우리 아아 마시러 가자~'라는 말을 우리는 흔히 쓰지만 이런 문장을 파파고나 구글번역으로 돌렸을 때는 알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머신러닝을 통해 사용자가 쉽게 학습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하는데 실제 이 서비스에서는 '배 위에서 배를 먹는다.'와 같은 동음이의어도 정확하게 해석이 되고 문장 구조를 보여준다.
사실 AI나 머신러닝에 대해 제대로 학습해본적이 없어 기술적인 부분이나 개발 과정, 개발 문화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인상깊었던 점이 2가지이다.
첫번째는 내 질문에 대해 '그거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군요!'라고 답변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큰 생각없이 궁금해서 질문한건데, 내 질문 자체가 흥미롭다고 해주니 나도 그의 이야기에 더 귀기울이게 되고 함께 대화할때 더 흥미로울 질문이 뭐가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경력, 나이가 많이 차이날 수 있는데 상대방을 정말 편안하게 해주려는 그의 배려심에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두번째는 정말 열정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추측컨데 지금 아마 나이가 적어도 60~70정도는 될 것 같아보이는데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게 느껴졌다. 옆에 공동창업한 CEO분이 존은 아침 6시에 나와서 일을 한다고 하는데 난 깜짝 놀라서 일 하면서 힘들지는 않은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부드러운 미소로 자기는 이걸 하는게 즐겁다고 했다. 그에게 이건 일이라기보다는 본인이 즐거움을 느끼는걸 하는 과정이었다. (사실 그는 이미 충분히 부를 이룩한 상태여서, 더 본인이 즐거운걸 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1995년에 첫 아마존에서 산 책
그와 넥스트레벨 춤을 춰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