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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상파 화가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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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한 그의 순수한 열정과 욕망. 그 욕망은 나에게 나로서 존재하게끔 만들어주는 욕망은 무엇인가에 대해 떠올리게 해 주었다.

오늘 날씨

오늘도 흐드러진 구름 아래 펼쳐진 바다 위로 핀 빛의 꽃들은 흠뻑 젖어 더욱 눈이 부시다. 구름들은 마치 생크림을 짠 듯 먹음직스럽게 점차 올라간다. 그 배경으로는 푸른 캔버스가 내 머리 위까지 뻗어져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회색빛 구름들이 춤을 추는 새들처럼 그림을 그리고 나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눈부신 햇살이 다시 캔버스를 지우고 만다.
5월의 동남아 근해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뜨거웠다.빛은 그 어느때보다 강렬했고아무런 그늘이 없는 바다 한가운데서 맞이하게 되는 빛은눈을 뜨기 어렵게 만들었다.하지만 그 뜨거운 태양이 만들어내는 바다와 구름들의 그림은흘러내리는 땀을 참아가며 바라볼 만큼 아름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그 풍경을 바라보게 만든 건한 사람과의 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이다.
고흐는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불운한 천재화가로만 기억하지만그는 정말 자연과 그림을 사랑한 순수한 열정을 지닌 화가였다.그림에 대한 진심 어린 생각과 이야기는그의 동생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많이 엿볼 수 있다.
파병이 시작되기 직전에 고흐가 생전에 작성했던 편지들을 모아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그의 섬세한 편지글들을 읽고선 '천재화가 고흐' 보다는 '순수한 화가 고흐'로 기억하곤 했다.그리고 바다 위에서 강렬한 빛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바라보니자연과 조우하는 예술가의 자세에 대해고흐의 편지글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예술가는 초기에는 자연 앞에서 저항을 조우하기 마련이라네하지만 자연을 진심을 다해 바라본다면,그런 대립으로 기가 꺾여서는 안 되고 자연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네. 사실 자연과 정직한 화가는 하나이네. 자연은 손으로 쥘 수 없는 것이지만, 우리는 자연을 움켜쥐어야 한다네. 그것도 두 손으로 말일세. 만약 모든 마음을 다해 버드나무를 그린다면,그리하여 그 안에 어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걸 보고 들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면,부수적인 배경은 저절로 따라올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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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진심을 다해 바라본다는 것.아직 나에겐 그 자연물의 숨소리가 들리기엔 멀게만 느껴졌다.진정한 자연의 모습을 담고자 관찰했던 그의 시선들을다시금 살펴보고 싶었다.기억의 한편 에서는 그의 묘사가 들리고 있었다.
지금은 이른 아침이네. 이곳 풍경은 지붕과 지붕의 선이 엮어내는 굴곡 그 사이로 풀들이 자라나고 있네. 아침에는 특히 잠에서 깨어났다는 걸 알리는 자연의 양태가 많다네. 날아오르는 새, 연기가 피어오르는 굴뚝, 저 멀리서 왔다 갔다 대지를 울리는 사람들의 발걸음... 발걸음을 옮겨 하늘이 잘 보이는 곳으로 올라간다면 내게 보이는 색채와 색조는 다르다네. 보랏빛 아지랑이, 짙은 자주색 구름에 반쯤 덮인 붉은 태양, 이 구름의 끝은 아주 선명한 붉은색을 띤다네. 그로 인해 그 근처는 주황색으로 물들고 그 위로 노란색 빛이 파도치지. 그건 점점 초록색과 파란색,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늘색으로 변한다네. 그 하늘색의 끝을 따라가다 땅을 바라보면 땅은 초록색, 회색, 갈색 등 다채롭게 물들인 양탄을 깔아놓은 듯한 느낌으로 활기가 넘친다네. 이 다채로운 땅에 도랑이 파여있는데 그곳에 고인 물은 힘껏 머금은 햇빛을 발하지. 이것들은 지금 나의 작업 중인 그림의 주제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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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채로웠다. 그가 바라보는 이 자연에 대한 시선은 과연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것일까?타고났을 거라고 쉽게 판단해버리기엔 그의 '끈질긴' 노력을 못 본 척할 수는 없었다.
최근에는 다른 화가들과 이야기를 해본 적인 별로 없다네. 왜냐하면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은 자연의 말이지 화가의 말이 아니거든. 또한 예술은 끈질긴 작업을 필요로 한다네. 다른 모든 것을 무시한 작업, 지속적인 관찰만이 진정 보려던 걸 볼 수 있게 해 주지. 그리고 '끈질기다'라는 표현은 겉으로는 쉼 없는 노동을 뜻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에 휩쓸려 자신의 견해를 포기하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네. 내 동생은 내가 화가가 된 것을 후회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그런 후회를 하는 사람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충실한 훈련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승리자가 되려고 한 자일 걸세.그날을 위해 사는 사람은 오직 그 하루만 사는 사람이라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지루하게 생각하는 해부학, 원근과 비례 등에 대한 공부를 즐겁게 할 정도로 그림에 신념과 사랑을 가진 사람이면 그림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할 수 있다고 보네.화가의 의무는 자연에 몰두하고 온 힘과 마음을 다해 자신의 감정을 작품 속에 쏟는 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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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한 그의 순수한 열정과 욕망. 그 욕망은 나에게 나로서 존재하게끔 만들어주는 욕망은 무엇인가에 대해 떠올리게 해 주었다.
욕망이란 나를 나답게 존재할 수 있도록 내부로부터 뿜어져 나오는삶의 충동, 생명력, 그리고 자신만의 고유한 자발성이다. 고흐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욕망에 충실했고, 때문에 그만의 삶의 충동과 생명력이 붓터치 하나하나에 영혼이실린 듯이 표현되어 시간이 수없이 흘러도 사람들에게 새겨진그 붓터치가 마르질 않는다.
나의 욕망은 과연 무엇일까?
나에게 늘 관심사는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와 마음이었다.인간이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려고 하는그 의지와 마음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인류는 자연의 관찰을 통해 언제나 늘 극적인 성장과 진화의 과정을 바라보았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작은 것에서 터져 나온다.꽃봉오리도, 곤충들도, 동물들도 마치 터져 나오듯이 태어난다.그 장면은 언제나 경이롭다애벌레가 껍질을 벗고 화려한 나비가 되고, 조그마한 꽃봉오리가 화려하게 피어나고, 작은 나무가 어느새 사람을 포용하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그리고 자연은 늘 성장해왔다.
태초의 인류는 그 장면들을 목격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자연물은 그 성장과 함께, 자신만의 고유성을 얻어갔다.인간은 언제 가장 자신의 고유성이 발현된다고 느꼈을까? 어떻게 보면 이 물음은 굉장히 오래된 질문이 아닐까 싶다.
바다를 보며 나의 본질적인 욕망에 대해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