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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잘된 강의가 나에게 효과 없는 이유

최근에 함께 자라기로 유명한 '김창준'님이 진행하는 워크샵을 참여했다가 굉장히 인사이트있는 경험을 했다. 교육에서 강사가 정보를 '전달'하는것이 아닌, 학생들이 어떤걸 '경험'하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교육을 설계하는 워크샵이었는데, OT에서 이런 주제가 주어졌다.
신입 개발자에게 디버깅을 가르치는 교육을 설계하기
처음엔 디버깅을 가르치기 위해서 디버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디버깅에 대한 개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 디버깅한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하기 위해 학생 역할을 하시는 분의 과거 디버깅 경험을 물어봤고, 그 경험들에서 디버깅의 중요한 특징을 뽑아보려고 했다.
그렇게 15분정도 대화를 하고, 다시 모였을 때 워크샵을 진행해주는 창준님이 아래와 같은 포인트를 짚어보라고 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까 성장을 했구나 싶은 교육적 경험과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걸 통해서 성장해보지 못한 교육적 경험을 적어보고, 그 차이점을 만들어내는 키워드를 3가지 적어보기 그리고 그 키워드 중심으로 교육을 재설계 하기
여기서 아차 싶었다. '이제와서'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순간 교육 설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제와서라는 키워드는 단순히 교육이 끝나고 느끼는 교육 만족도가 아니다. 사실 교육 만족도는 재밌는 엔터테이먼트적인 요소만 있어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이제와서'라는 말이 들어간 순간 실제 내 삶의 변화에 도움이 된 인상깊은 교육적 경험만이 떠오른다.
놀랍게도 같은 그룹원 분들과 이야기하는데 '이제와서' 돌이켜 봤을 때 성장을 한 교육에 대한 키워드가 비슷 했다. 바로 '현실적용', '인풋보다 많은 아웃풋', '상호작용', '피드백'과 같은 키워드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전달식' 강의를 들은 것 중에 이제와서 생각해봤을 때 정말 기억에 남거나 내 삶에 굉장히 유용하다고 느껴졌던 교육이 거의 없었다.
대신에 내가 '경험'을 하게 한 교육들이 정말 기억에 남았고, 실제 나에게 변화를 만들어줬다.
'경험'을 하게 만들고, 의미있는 변화를 겪었던 교육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건 애자일 코칭 교육이었다. 애자일 코칭 교육은 정말 재밌는게, 단 한장의 슬라이드도 없이 교육이 2.5개월간 진행된다. 단, 내가 현실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미션을 떠올리게 하고, 그 미션을 진행한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피드백들을 준다. 나는 교육기관에서 일하면서 학생들과의 면담을 굉장히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면담을 잘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눈에 보이게 정리하는 것이 진짜 문제를 찾아내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눈에 보이게 정리하는 것이 말로만 해서는 쉽지 않기 때문에 같이 볼 수있게 화면 공유로 노션에 이야기를 적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개선할 부분들을 같이 찾아 나갔다. 그 과정을 더 잘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방법이나, 글을 정리하는 방법들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았었는데, 이런 현실에서 내 문제에 적용하는 과정없이, 강사가 진행한 결과물 정보를 전달식 강의로 들었다면 1/10도 제대로 쓰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거꾸로 인풋보다 아웃풋을 먼저, 피드백을 통해 현실에 적용한 덕분에 면담에 대해 학생들에게 좋은 피드백들을 많이 받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마치 심리 상담을 받은것처럼 좋았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런 관점으로 앞으로의 교육도 내가 잘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학생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교육을 설계하고 있다. 이제와서 돌이켜 봤을 때 나에게 가장 의미있었던 교육들은 잘 전달 받은것이 아닌 경험을 한 것들이기 때문에.
그래서 앞으로 새로 강의나 교육에 참여하게 될 때 나에게 효과적이었던 교육들의 키워드를 생각하고 그 키워드가 녹아들 수 있게 만들어나가야할 것 같다.